美术馆之行能用这“艺术性”照片作为结尾,但“我们是谁?”这个问题却一直留在我心里。
本文译自 장영희作者《미술관 방문기》一文
대학 교수쯤 되면 가끔씩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필요한 기본적 교양과 상식을 쌓기 위해 음악회도 가고 미술 전시회도 가는 동,소위 '문화생활'을 좀 해야겠지만 나는 일부러 그런 데 가기 위해 시간을 내는 적이 멊다.하루하루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꺼가며 사는 하루살이 인생에 문화생활이란 아무래도 가당찮다.그래서 간혹 공짜표가 생겨도 조교에게 주고 그런 데 갈 시간 있으면 차라리 잠을 자겠다는 게 나의 심산이다.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문화생활을 하지 않는 이유는 꼭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예술에 관한 지적 호기심이나 지식이 없어 미술 전시회에 가봤자 제대로 감상할 줄도 모르고 음악회에 가면 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我成为大学教授之后,为了积累些教学生时必要的基本教养和常识偶尔会去听听音乐会,看看美术展等,虽然这种所谓的”文化生活“的确该过,但我自己是从没特地花时间去过的。每天火烧眉毛一样得过且过的日子里,过这种文化生活显然是不太妥当的。所以有的时候拿到些免费票,就直接送给助教了,我心想有这闲工夫还不如睡觉呢。但仔细想来,我不过文化生活的原因中,比起没时间其实还是因为我对艺术没有知识上的好奇心,或是缺乏相关知识,就算去看了美术展也是没办法好好鉴赏,去听了音乐会大概也只会犯困。
그런데 이러한 예술적 무관심과 무능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장씨 가문의 혈통과도 관계가 있다.우리 부모님도 미술이나 음악에는 별로 관심이나 조예가 없으셨던 것 같고,여섯 형제 중 한 명도 미술 전시회나 음악 콘서트에 일부러 돈 내고 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전통은 잘 이어져서,조카들도 학교에서 미술관 방문을 숙제로 내주면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다가 제 엄마에게 야단맞고 마지못해 해 가거나 아니면 친구가 가져온 팸플릿을 빌려 어떻게 꾸리는 모양이다.
但是对艺术无感无能的可不止我一个,这和我们张氏家族的血统有关系。我爸妈对美术和音乐也没什么兴趣和造诣,六个哥哥里自己花钱去看美术展或音乐会的我一个都没见过。这传统倒是原原本本地延续下去了,侄子侄女们在学校布置以参观美术馆为作业的时候,要么拖到最后一天被妈妈批评后不得不完成掉,要么拿来朋友的参观小册子,装作是去过了一样。
그런 우리 가족이,그것도 한두 명도 아닌 도합 여덟 명이 이번 여름에 세계 4대 미술관 중 하나라는 보스턴 미술관으로 단체 관람을 갔다.한국에 있는 여동생 둘과 조카들 다섯 명이 방학을 맞아 내가 사는 보스턴에 왔는데,교육적인 차원에서 지난 토요일에 다른 곳으로 관광 가는 대신 미술관에 가기로 한 것이다.
我们家八个人组团参观了次四大美术馆之一的波士顿美术馆。当时两个妹妹和五个侄子侄女在韩国正好放假,我住在波士顿,他们就一起过来了。上周六我们本来想去别的地方,出于教育层面的考虑,后来决定去美术馆参观。
어렵사리 찾아간 미술관은 커다란 흰색 대리석 건물로,대충만 봐도 이틀은 족히 걸릴 정도로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나는 그래도 어린 조카들에게 기억에 남는 유익한 경험이 되게 하기 위해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화가들 -- 모네,르누아르,세잔,고흐,고갱,피카소,샤갈 등 -- 의 작품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화가 이름과 제목을 번역해 주었다.
去的时候找了半天路才找到地方,美术馆是用巨大的大理石建造的,就那么一看都觉得得花上足足2天才够看,展示着相当多的艺术作品。为了让侄子侄女们以后回忆起来觉得是个有益的体验,我把美术教材里出现的名画家们——莫奈,雷诺阿,塞尚,梵高,高更,毕加索,夏卡尔等——把他们的作品都找出来,费了一番劲儿把画家名字和作品名称都给翻译好了。
솔직히 말하면 나도 정식 미술관에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림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는 데다가 사진으로만 보았던 작품들을 진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좀 신기할 뿐,별로 큰 감흥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그래도 체신을 지키기 위해 짐짓 "와,이것 멋있지 않이?실제로 보니 더 좋지?" 하는 말까지 곁들여 가며 걸핏하면 딴청 피우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조카들을 모아 데리고 다녔다.
说老实话这是我第一次正式参观美术馆。对这些画基本没什么了解,只是觉得能亲眼看到一直在照片里看到的作品挺神奇的,倒是没什么兴奋的感觉。但为了保持面子还是得一边假装地说着“哇,这个很厉害吧?亲眼看比照片更好吧?”,一边领着动不动就开小差,不知道一会儿会跑哪儿去的侄儿们。
인상파 작품 전시장에 있는 폴 고갱의 대작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우리는 무엇인가,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는 특이하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보게끔 되어 있었다.맨 오른쪽의 잠자는 아기로부터 왼쪽 가장자리에 죽음을 기다기고 있는 노파에 이르기까지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인생 여정을 그린 작품이었는데,제목을 번역해 주며 조카들이 "그럼 '우리는 무엇인가'에 관한 답은 뭐야?"라고 물어볼까 봐 은근히 걱정했지만,다행히 아무도 묻지 않았다.어쨌든 우리 대식구는 무사히 관람을 마치고 미술관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증명사진'을 찍기로 했다.
印象派作品展示厅里的保罗·高更的大作《我们从何处来?我们是谁?我们向何处去?》十分特别,是从右往左来看的。从最右边沉睡的婴儿开始,到最左边等待死亡的老妪,是一副画出了诞生到死亡旅程的作品。但是我把名字翻译好后,暗自担心侄儿们要是问我“那‘我们是什么’的答案是什么呢?“可就麻烦了,还好他们什么都没问。总之我们一大家子算是太太平平地参观完了,为了纪念这次美术馆参观之行我们打算拍个“到此一游照“。
'보스턴 미술관'이라고 쓰인 벽 앞에 여덟 명이 주르르 서서 단체 사진 찍을 준비를 하는데 점잖게 생긴 중년의 동양 남자가 눈에 띄었다.마침 동생의 니콘 수동 사진기와 똑같은 모델의 사진기를 목에 걸고 있었다.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니 그는 선뜻 응하면서 "혹시 한국 사람이십니까?" 하는 것이었다.반갑에 인사하고 나서 그는 사진기를 받아들고는 능숙한 솜씨로 다루며 포즈까지 지시했다.
我们八个人齐刷刷地站在写着“波士顿美术馆”的墙前面,做好了拍集体照的准备,有位看起来挺斯文的东亚面孔的中年男士映入了眼帘。正好他脖子里挂着和我妹妹一样型号的尼康手动相机。我们请他帮我们拍照,他很爽快就答应了,还问道“请问你们是韩国人吗?”。然后我们互相打了个招呼,他就接过相机一边用娴熟的手法操作着一边还指导我们摆动作。
"팔짱을 끼세요.김치~한 번 더 찍습니다.가운데 서신 분 머리 좀 쓸어 올리세요.완벽합니다!자,또 찍습니다."
고맙다고 몇 번씩 인사하는 우리에게 그는 "뭘요,아마 아주 자~알 나왔을 겁니다" 하면서 한 번 싱긋 웃더니 주차장 쪽으로 갔다.
“把手臂挽起来吧。kimchi~来,再来一张。中间的这位请把头发往上捋一下。完美!来,要拍咯!”
我们向他道了好几次谢,他说着“哪儿的话呀,不用谢。照片拍出来可能会超~级好的“,他微微笑了一下,就朝着停车场方向走了。
며칠 있다가 나는 잔뜩 기대를 갖고 초등학교 1학년짜리 조카 건우를 데리고 사진을 찾으러 갔다.그러나 사진을 본 나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첫 번째 것은 우리 모두의 머리를 나란히 다 잘라 놓았고,두 번째 것은 동생의 발만 크게 확대해 놓았고,세 번째 것은 내 머리는 조카 가슴에(그것도 거꾸로),동생 허리는 조카 머리 위에 붙여 놓은,그야말로 괴기한 사진이었다.
几天之后我满怀期待地带着小学一年级的侄儿建宇一起去拿照片。但是看到照片后,我就只剩下惊讶了。第一张里我们的头全被并排切掉了,第二张里只有妹妹被放大了的脚,第三张里我的头在侄儿的胸口(连头也是颠倒着的),妹妹的腰贴在侄儿的头顶上面,完全都是些怪异的照片。
분명히 사진기 다르는 솜씨가 좋은 사람이었고,의도적으로 장난친 것이 분명했다.그때 '자~알' 나왔을 거라고 한 것이 아주 의미심장한 말이었던 것이다.그렇게 남의 기쁜 추억을 망가뜨려 놓으며 어떤 쾌감을 느꼈을까.먼 타향에서 만난 같은 한국 사람이면서 속상해할 우리를 생각하며 지금쯤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까.나는 순간 인간성 자체에 회의가 들 정도로 불쾌했다.
这人明明对相机操作很熟练,显然是故意跟我们开玩笑的了。当时他说“超~级”的时候好像带着很意味深长的感觉。把我们那么开心的回忆给毁了,难道他会有快感吗。想到让同在异乡的韩国同胞闹心,他现在是不是正露出会心的微笑。我在那一瞬间不爽到开始怀疑人性了。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우리는 무엇인가,우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고갱의 그림이 생각났다.어두운 색조를 배경으로 맨 가운데 탐욕스러운 표정으로 사과를 따고 있는 아담의 모습을 중심으로 벌거벗고 서로 눈 흘기고 앉아 있는 모습,뒤돌아 앉아서 웅크리고 있는 모습,찡그린 얼굴로 무언가 들여다보는 모습 등,고갱이 생각한 인간은 별로 그렇게 밝고 아름다운 존재가 아니었던 것 같다.어차피 한 세상 태어나 죽어 가는,다 똑같은 길을 가면서도 남의 아주 작은 행복까지도 빼앗기 좋아하고 서로 속이고,눈 흘리고 뒤돌아서 욕하고......
这时候我突然想起了高更的画《我们从何处来?我们是谁?我们向何处去?》。在暗沉色调的背景正中央,以贪心摘着苹果的亚当为中心,旁边有互相翻着白眼坐着的人们,转过去蜷坐着的人,端详着四不像的人等等,高更心中的人类并不是鲜亮美丽的存在。总之都是在同一个世界上从诞生到死亡,走着相同的路,却连别人小小的幸福也要夺走,互相欺骗,翻着白眼转过去骂骂咧咧……
그때 내 옆에서 열심히 사진들을 들여다보던 건우가 크게 말했다.
"와,이모!이 사진들 짱 멋있어.그때 그 미술관에서 본 추상화 같아.그 아저씨가 우리가 미술관 앞에서 찍으니까 이렇게 찍어 주신 거야?"
在一旁认真端详着照片的侄儿建宇这时大声跟我说,
“哇,姑姑!这些照片太帅了。就像我们在美术馆看到的抽象画一样。因为是在美术馆前面拍的,所以叔叔给我们拍成这样子了吗?”
깍듯이 존댓말까지 쓰는 건우의 말에 나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미술관에 간 보람이 있게 '추상화'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신통했다.그리고 아닌 게 아니라 다시 보니 전위 예술 사진처럼 머리 없이 나란히 서있는 우리의 모습이 재미있었고,거꾸로 박힌 내 얼굴은 샤갈의 그림처럼 보이기도 했다.
听到建宇提到他时还恭恭敬敬地用了敬语,我不禁笑了出来。看来去美术馆还是有意义的,能说出“抽象画”这个词语挺了不起。而且再看看这些照片,真的像前卫艺术照片一样都没有脑袋得站在那儿,挺有意思的,我的脑袋颠倒着贴在上面,看上去就像夏卡尔的画一样。
"그래,그런가 봐.우리를 예술적으로 찍고 싶으셨나 봐."
이렇게 해서 우리의 미술관 방문은 '예술적' 사진으로 마무리되었지만,'우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是呀,好像的确是这样呢。那位叔叔可能想把我们拍得很有艺术感。”
美术馆之行能用这“艺术性”照片作为结尾,但“我们是谁?”这个问题却一直留在我心里。
译者感想:
艺术可能原本就是为了那些能懂的人而存在的吧
能欣赏得来自然能体会个中美妙
欣赏不来,就换个看看……
本文译自韩国作者 장영희(汉字:张英姬)的散文作品《미술관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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