像爱情的循环一样,岁月也在流淌
不知不觉落叶就一片两片地落在查尔斯河里
炙热的夏天走了,瓦尔登湖所映枫树刺心般美丽的秋天就来了
在凄凄凉的风里想起离开的人,落一两滴泪也无妨的季节
本文译自 장영희作者《사랑을 버린 죄》一文
선생님, 저 연숙이랑 헤어졌습니다. 아니, 연숙이가 일방적으로 다른 남자가 더 좋다고 저를 버리고 떠나갔습니다. 제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요. 너무나 마음이 아파 심장이 꼬깃꼬깃 졸아들어 아주 딱딱한 차돌멩이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선생님, 어느 유행가 가사에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요'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쓰신 어느 글에도 '아프게 짝사랑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노래도, 선생님도 다 허위입니다. 떠나간 사람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은 너무나 아파서 절대로 감사할 수 없습니다. 짝사랑의 고통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죽어도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고 지독한 두통으로 구역질이 납니다.
老师,我和妍淑分手了。不,是妍淑单方面觉得其他男的比我好,把我给扔下了。我该如何表达我的心情呢。非常心痛,感觉心脏皱巴巴的,熬干成硬硬的鹅卵石似的。老师,有首流行歌歌词里有句话写道“有个能思念的人,已经值得感谢”。老师以前写过的文章里也有“就痛苦地单恋吧”这样的话。这首歌和老师都很虚伪啊。极度思念离开自己的人是非常痛苦的事,绝对没法儿有感谢的心情。一边受着单恋的苦,另一边那已经看不见的人根本不知道。到死都不能亲口说出来。我心里憋得透不过气,严重头痛,反胃想吐。
선생님, 여전히 제 마음을 가닥가닥 모조리 휘어잡고 휘두르고 있는 연숙이를 어떻게 내쫓아 버려야 할지요. 어제 연숙이와 함께 가던 음악 카페를 지나는데, 이제는 그곳에서 더 이상 기다릴 사람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눈을 감으면 그 애가 턱을 쳐들고 해맑게 웃던 모습만 보입니다.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 절 구해 주세요.
老师啊,我该如何把这个将我心一缕缕都揪住摆布着的妍淑从心里赶走呢。昨天我经过以前和妍淑一起去过的音乐咖啡馆的时候,想到现在可没人会在这儿再等我了,就难过得像疯了一样。只要一闭上眼睛就只浮现出她仰着下巴开朗大笑的样子。除了这个,别的什么想法都没有。
老师,请救救我吧。
지난여름 준영이는 낭떠러지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소리치듯 '구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준영이는 나의 고등학교 동창인 명애의 아들이자 작년에 내 교양영어 수업을 들은 제자이기도 하다. 같은 과목을 수강하던 연수이를 열렬하게 쫓아다녔지만 예쁘고 새침한 연숙이가 마음을 열지 않아 안타까워하더니 학기가 끝날 무렵에는 연숙이도 준영이의 구애에 감동받아 소위 말하는 '캠퍼스 커플' 이 되었고, 가끔씩 손잡고 다니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去年夏天,准英像挂在悬崖上拼命大叫似得给我发了这条“救救我吧”的信息。他是我高中同学明爱的儿子,也是去年来上我英语教育课的学生。虽然他热情追着一起上课的妍淑,但妍淑既漂亮又挺高冷根本没敞开心扉接受他,他心里挺闷的。但学期末的时候妍淑还是被准英的追求感动到了,成了人们说的“校园情侣”,偶尔会看见他们手拉手走着。
영작 숙제를 내주면 그저 짧은 문장 몇 개로 때우던 준영이가 몇 장에 걸쳐 쓴 편지를 읽으며 조금은 전통적인 '사랑의 증세'에 슬며시 미소 짓다가, 그냥 지나치는 사랑의 열병으로 치기에는 묘사가 너무 절박해서 나도 은근히 긴장이 되었다.
布置英文写作作业的时候,准英总是用几个短句子来对付对付,这次却一连写了好几页的信,我边看边想到这有点儿像以前说的“爱情的毛病“啊,不由笑了出来。只是他困在失去的爱情里上着火,描写得相当急迫,搞得我也不自觉紧张了起来。
사실 나는 준영이가 첫사랑에게 버림받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잊을 만하면 가끔씩 소식을 주는 명애에세서 아들의 실연에 대해 짤막한 이메일이 왔었기 때문이다.
其实我早就知道准英被初恋抛弃,非常不好过着。因为偶尔会从他母亲明爱那里听到些消息,她在邮件里总是带到几句关于他失恋的事。
명애는 '실연당한 자식을 보는 게 어떻게 괴로운 줄은 몰랐단다. 저 싫다고 떠난 여자 애를 생각하며 밥을 남기는 못난 자식이 너무나 밉고, 그래도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 또 너무나 마음이 아프단다. 사랑을 버린 죄에 대한 벌이 이렇게 혹독할 줄이야.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도 가끔씩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나고 미안한 생각이 든단다'라고 쓰고 있었다.
明爱写道“看着失恋的儿子我心里不知道有多难受啊。 看到这一想到讨厌自己甩了自己的那个女人就连饭都吃不下没出息的儿子,我心里那叫一个膈应。可看到他故作没事儿在那儿笑着吵吵着的样子,我心里还是一样痛。这抛弃了爱情的罪怎么就那么大的惩罚呀。那么长时间过去了,偶尔还是会突然想起那个人,是我对不起他。”
'사랑을 버린 죄' - 하도 오래전 일이라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명애는 준영 아빠와 결혼하기 전에 당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어떤 남학생과 열렬하게 연애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졸업과 동시에 명애는 오랫동안 사귀던 그 남자 친구와 결별하고 소위 조건이 좋은 준영 아빠랑 결혼했고, 그 남자 친구는 배반이 상처가 너무나 깊어서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抛弃爱情的罪“ - 不久之前我都快忘了这事儿了。明爱和准英他爸结婚之前和一个当时搞民主化运动的男学生恋爱谈得火热。但几乎就在毕业的同时,明爱和这交往了很久的男朋友分手诀别了,转而和当时所谓条件好的准英爸爸结了婚。这男朋友受了相当深的背叛的伤,连自杀的骚乱都搞出来了。
그런데 너무나 놀라운 사실은, 알고 보니 아들 준영이가 목숨 걸고 좋아한 연숙이는 명애에게 버림받고 나서 독일로 유학 간 이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옛 남자 친구의 딸이더라는 것이었다. 암만 생각해도 믿기지 않고 무슨 TV 연속극에나 나옴직한 이야기지만, 나는 '인연'이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但说出来都不敢信的事实是,原来她儿子准英拼死拼活喜欢的妍淑是当年被明爱抛弃后跑去德国留学,很久没见的那男朋友的女儿。虽然这像无厘头的电视连续剧桥段,但我脑袋里不能不浮现出“缘分“这两个字。
문장 끝에 마침표를 찍듯, 매정하게 끊었던 사랑이 먼 훗날 어떤 인연으로 연결되어 다시 부딪히고 그 마침표는 쉼표, 느낌표로 변하여 문장은 다시 계속되고......물론 순전히 우연의 일치였지만, 과거의 사랑을 생각하며 아름다운 추억보다는 죄나 벌을 떠올려야 하는 명애가 가슴 아팠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사랑을 버린 죄'는 마치 가슴 한구석에 무거운 돌을 달아 놓은 듯, 가끔씩 마음을 흔들어 놓는 무게로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就像在句子最后点上句号一样,无情终结的爱情在很远的以后又因缘际会再次碰撞,这句号便成了逗号,感叹号,继续写下去……虽然这当然是纯粹的巧合,但明爱她是个一想到这段爱情,比起美丽的回忆更强烈感到罪和惩罚的人,心里自然很不好受。即使过去了那么久,还是像心里某一块儿压着大石头一样惦记着“抛弃爱情的罪”,偶尔还是个能触心的重重的大石头。
어쨌든 나는 '구해 달라'는 준영이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써 보냈다.
'준영아, 영국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은 말했단다. "사랑하고 잃는 것이 사랑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It is better to have loved and lost than not to have loved at all)"라고. 짧은 동안이나마 그렇게 온 마음 다해 사랑할 수 있었던 연숙이를 만난 자체가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렴......'
反正我给“救救我吧”的准英是这样回信的。
“准英啊,英国诗人阿尔弗雷德·丁尼生这样说过,“爱而无获,胜过从未爱过“。你这样想想吧,虽然时间很短,但能竭尽全力地爱过,那么遇见妍淑这件事本身就已经非常幸运了……“
사랑의 후유증으로 한 여름 아파하던 준영이는 지금은 군대에 가서 잘 지내고 있다. 아마도 제대할 즈음에는 '선생님, 이제는 저의 대학 1학년을 송두리째 바친 연숙이라는 존재가 흐릿하고 그 애가 턱을 쳐들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 잘 생각나지 않아 슬픕니다. 그런데 오늘 만난 미애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爱情后遗症一般痛苦的夏天之后,准英现在去了军队过得挺好的。也许退伍的时候会和我说”老师,让我大学一年级完全付出心血去爱的妍淑,她仰着下巴开朗大笑的样子已经随着时间逝去不太会想起了,挺悲伤的。但我今天遇见了个美爱……“。这可说不定呢。
이렇게 사랑은 버리고 버림받고 만나고 헤어지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인가 보다. 때로는 사랑에 상처받고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어림도 없는 일, 어느덧 다시 그 흐름에 휩쓸린다.
抛弃了爱情又被爱情抛弃,遇见了相爱了又分手了,如水流般连绵不断继续着。有时被爱情伤了,下决心再也不要爱别人,但这门儿都没有,一晃眼呀又会被这水流带着跑。
사랑의 순환처럼 세월도 흘러 어느덧 찰스 강에 낙엽이 하나 둘씩 떨어진다. 치열했던 여름이 지나고 월든 호수에 비친 단풍나무가 가슴 저리도록 아름다운 가을이 왔다. 또한 가을은 찬란한 신파의 계절! 스산한 바람 속에서 떠난 사람을 생각하면서 눈물 한 방울쯤 떨어뜨려도 괜찮을 것 같은 계절이다.
像爱情的循环一样,岁月也在流淌,不知不觉落叶就一片两片地落在查尔斯河里。炙热的夏天走了,瓦尔登湖所映枫树刺心般美丽的秋天就来了。它还是个灿烂的新派季节!在凄凄凉的风里想起离开的人,落一两滴泪也无妨的季节。
그리고 사랑을 버린 사람이든 사랑에 버림받은 사람이든, 다시 한 번 가슴 아프게 떠올리며 보석 같은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랑의 추억이 있다는 것은 이 가을에 한껏 누릴 수 있는 커다란 축복이다.
不管是抛弃了爱情的人,还是被爱情抛弃的人,再回首时如果有能让你落下宝石般泪水的回忆,便是能尽情享受这个秋天莫大的祝福。
译者感想:
出来混,迟早要还的( ̄▽ ̄)
本文译自韩国作者 장영희(汉字:张英姬)的散文作品《사랑을 버린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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